19세기 말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의 말년 작품으로,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습니다. 이 질문은 예술가, 철학자, 과학자 등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갖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인간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평생 탐구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38억년 전 빅뱅에 의해 시작된 우주 어딘가에서 만들어진 원소들이 지구를 만들었고 우리 몸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이 어디인가 하는 질문을 “원소의 기원” 문제라고 합니다. 2017년에 중력파 측정으로 처음 발견된 중성자별의 병합이나 초신성 폭발과 같은 과정에서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져 지구를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별의 폭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핵반응을 지구 상에서 구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현재 신동에서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구축 중입니다. 별이 폭발할 때 찰나의 순간 동안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희귀동위원소들을 실험실에서 만들고 가속하여 핵반응을 일으키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핵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적용된 희귀동위원소 가속기가 필요합니다.
지난 10년간 우리 연구소의 모든 구성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중이온가속기 구축을 위해 어려움을 하나씩 헤쳐 나가며 불철주야 노력해 왔습니다. 아직 중이온가속기 구축이 모두 끝나지 않았지만,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하면 중이온가속기의 성공적 구축과 조속한 활용연구 착수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향후 3년간 우리가 이루어야 하는 목표는 분명합니다.
첫째, 1단계 구축의 성공적인 완료를 통한 조속한 빔 인출과,
둘째, 빔 활용을 통한 조기 성과 도출,
셋째, 2단계 구축 사업의 조기 착수입니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돕고 협력하는 활기찬 연구소의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동료들과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는 밝고 건전한 조직문화가 있어야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인간 개개인은 매우 미약하지만 힘을 합할 때 경이로운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부족하지만 저와 연구소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할 때 놀라운 성과를 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제가 먼저 연구소의 모든 구성원들의 애로사항과 고충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며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예술과 과학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술의 아름다움과 과학의 아름다움은 다르지만, 감동이라는 면에서는 같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치열한 노력과 도전이 만들어낸 감동입니다. 우리 모두 새로운 각오로 힘을 합해서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세계적인 연구소로 만드는데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2022. 8. 1.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 홍 승 우